작성일 : 22-04-10 08:39
총재 없는 한은의 선택… 기준금리, 미국에 역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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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금리 대란, 4월 한은의 결정은①] 강한 통화긴축 임박, 비둘기 ‘주상영’에 쏠린 눈[편집자주]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각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다. 소비자물가가 미국은 40년, 한국은 10년 만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은 5월부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며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이주열 전 총재가 지난달 말 임기를 끝내면서 의장 부재 속에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로 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집을 산 소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대폭 증가하고 물가 상승 속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는 극도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끌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5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우력시된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총부 부재 상태에서 열린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한은 총재 공백 속 내려지는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자칫 적기에 통화정책 운용을 제대로 못하는 실책을 범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사진=이미지투데이◆기사 게재 순서① ② 인플레이션 우려 속 尹 ‘대출규제 완화’ 압박… 이창용의 과제③ 주담대 6% 넘었는데 LTV 더 푼다고?… 곧 8% 간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판단은 물가 급등 방어에 쏠려있다.문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결국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기준금리가 지난 3월 0.00~0.25%에서 0.25~0.50%로 오른데 이어 5월에 빅스텝을 통해 0.75~1.00%가 되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도 대폭 좁혀진다. 이 경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한국은행의 역할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하지만 4월 14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총재 부재 상태에서 열린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한은 총재 공백 속 내려지는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자칫 적기에 통화정책 운용을 제대로 못하는 실책을 범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지금까지 한은 총재 없이 금통위 회의가 열렸던 적은 없었다.━더 센 미국발 긴축 온다━금융권의 이목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은 5월 3~4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3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특히 이번엔 0.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빅스텝이 예상된다. 현실화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로 ‘제로(0)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1990년 이후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했던 때는 1994년과 2000년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994년 2월 3%였던 기준금리를 1995년 2월 6%로 1년 만에 3%포인트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은 0.75%포인트 1차례, 0.5%포인트씩 3차례, 0.25%포인트씩 3차례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연준은 이어 2000년 5월에도 기준금리를 6%에서 6.5%로 0.5%포인트 인상했었다. 이후 현재까지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린 적은 없다. 파월 의장이 올 5월 빅스텝에 나선다면 22년 만이다.한은 금통위는 이번 미국의 빅스텝도 염두해둬야 하지만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2%대에 올라설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FOMC는 지난 3월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말과 내년 말 기준금리를 각각 1.9%, 2.8%로 전망했다. 2년 만에 기준금리가 2.55~2.8%포인트 오른다는 얘기다.연준이 2008년 12월 금융위기로 0.00~0.25%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7년 간 유지한 후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에 걸쳐 2.25~2.50%까지 올렸던 전례와 비교하면 이번 금리 인상 전망은 속도가 훨씬 빠르고 강한 통화긴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대형 은행들도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 JP모건은 2.75~3.0%,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는 3.0~3.25%, 씨티그룹은 3.00~3.75%에 달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러시아에 치명적인 데미지(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인 변수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강세에 미국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러시아를 압박하는 간접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상 초유 총재 없는 금통위━미국발 ‘긴축 발작’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사실상 한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 기준금리보다 높아 그동안 여유가 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으면 자칫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현재 한국의 기준금리(1.25%)가 미국(0.25~0.50%)보다 0.75~1.00% 높다. 하지만 연준이 빅스텝을 두 번만 밟아도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올라서 한국 기준금리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진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비슷한 수준만 돼도 기축통화인 달러로 몰려들게 뻔하다.달러가치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에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우려 등을 감안하면 한은은 연준의 긴축 속도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한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31억5000만달러 가량 순유출될 것이란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한은은 연준의 행보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지만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열린다. 대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알려진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대행을 맡는다.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관인 만큼 총재 공석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통위에서 의장의 역할이 큰 만큼 적절한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특히 주상영 위원은 한은이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홀로 내왔다. 주 위원은 의장 대행으로서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들을 뿐만 아니라 의견 개진할 가능성도 있어 금리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이창용 후보자가 총재로 선임돼도 막상 금통위원들과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소통을 나누고 공감대를 이끌어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4%대 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에 머뭇거릴수록 통화정책 역사상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져 있고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 인상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며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상당한 현재와 같은 여건에선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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