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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사'로 끝난 제3지대 도전사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권엔 다시 '제3지대'가 부상했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 신당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안철수·심상정 후보는 기성 정치인이고 김동연 전 부총리는 신인이다. 안 후보는 한때 대선 당선권에 접근했지만 이제는 '제3지대'란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거대 양당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외치며 도전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를 모두 비판한다.그런데 과거와 달리 이들 제3지대 후보의 도전에는 '심각한' 배경이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은 이번 대선을 "비리 대선"이라고 규정했다. 주요 후보들이 '의혹'과 '흠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거다.이재명 후보는 과거 행적과 관련해 '도덕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최근 부인의 '낙상 사고'와 관련해 괴소문이 떠돈 것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윤석열 후보는 사법의 한 축인 검찰총장 출신이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했다는 근본적인 지적을 받는다. 또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있다.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본인과 관련된 '고발사주 의혹'도 있다. 여기에 더해 윤 후보는 '개 사과'로 대표되는 부적절한 모습과 실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의 경우 잇단 공약성 내용을 충분한 조율 없이 불쑥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선 후보로서 과연 충분한 '자질' 혹은 '품질'을 갖췄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온다. '강요된 양자택일' 탓 활동 공간 열려낯선 현상도 보인다. 무엇보다 여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여론조사(지난 12~13일·1009명 대상)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9.4%였다. 같은 조사의 대선 후보 다자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32.4%를 기록했다. 여당 후보의 지지율은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을 앞서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지금은 40% 전후의 대통령 지지율, 30% 초반에 묶인 여당 후보 지지율이다.야당 후보에 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현상이 있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 조사(지난 8~9일·1008명 대상)에서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은 56.6%나 됐다. 반면 정권 연장이란 응답은 30.9%에 그쳤다. 그런데 막상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이 조사(다자대결)에서 41.7%에 그쳤다. 양자대결로 물어본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윤 후보는 아무리 높아야 50% 정도다. 정권 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지만 제1야당 후보의 지지율은 그에 못 미친다.그래서 여에서도 야에서도 '불안한 후보'라는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고, 이번 대선을 '강요된 양자택일'로는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런 점들을 배경으로 제3지대 후보들이 도전에 나선 것이다.제3지대 후보들, 낮은 지지율에도 완주 의지그런데 정치권의 관심은 제3지대 후보들의 대선 승리 여부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거나 중도 포기할지, 아니면 끝까지 완주할지에 쏠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나오는 지지율이 미미하다. 심상정·안철수·김동연 세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서 10% 남짓. 심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5% 전후이고, 김 후보는 1% 수준이다.현재로서는 이 가운데 한 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힘들다. 대신 다수의 과거 대선을 보면 대선 막판에 여야 1, 2위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제3지대 후보의 단일화 참여 혹은 특정 후보 지지가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세 명의 제3지대 후보는 대선 '완주'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MBN에 출연해 "제가 정권 교체를 하러 나왔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돼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양당 후보 중에 찍을 사람 없다' 이런 걱정을 많이 하고, '심상정 안 나왔으면 어떡할 뻔했나' 이렇게 격려하시는 분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최근 기자와 만나 "판을 바꾸지 않고 지금의 증오 정치로 가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간다는 의지다.안철수, 4월 보선 때 이미 단일화 경험정치인의 행로를 판단할 때는 '말보다는 행동과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 때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모두 중도 하차했다. 당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던 때다. 심 후보는 "정권 교체의 열망"을 내세워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에서 물러났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격렬하게 벌이던 중 돌연 사퇴했다.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에 치러졌다.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분열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었다. 정권 연장이란 표현을 감히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고 당시 야당(현 여당)으로 정권 교체가 예상된 대선이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완주했는데 각각 21.41%와 6.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올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에서 '지방권력 교체' 외침이 있었는데, 안 후보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단일화를 이뤘다.'정권 교체'가 큰 명분이라는 점에서 내년 대선은 분위기상 2012년 대선과 가깝다. 안 후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정권 교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대선이 여야 거대 정당 후보의 박빙 승부로 흐를 경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로서는 5% 남짓 지지율을 가진 안 후보와 단일화가 절실하다. 안 후보가 만약 이를 끝까지 거부했는데 정권 교체가 불발된다면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정권 교체 방해꾼'이란 오명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최근 보이는 여야 후보 지지율 격차가 이어져 윤 후보의 우위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은 단일화 욕구가 약해진다. 안 후보로서는 완주의 영향력이나 파괴력이 떨어지는 건데, 완주의 정치적 실익도 약하다. 국민의힘과 연대 혹은 단일화를 통해 '훗날'을 도모하는 게 실리적이다.심상정, 정의당 지지층 이재명에게 거부감심상정 후보의 '완주' 의지는 다른 그림을 갖고 있다. 요즘 지지율이 답보인 이재명 후보로서는 단일화가 절실하다. 지지율이 반등해 박빙으로 간다 해도 역시 심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의당은 민주당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한때 범여권으로 같이 묶였지만 이제는 민주당에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바로 '배신감'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당시 정의당이 강력히 요구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정의당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모호한 입장이었던 것이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는 아픔도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정의당 지지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하다. 따라서 이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다가는 자칫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 이미 2017년 대선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지만 끝까지 완주하면서 존재감을 키운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완주' 가능성이 크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심 후보와 이 후보의 단일화는) 이번 대선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라는 프레임 자체가 지나간 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동연, 여야 어디와 연대해도 이상하지 않아김동연 후보의 경우는 상황이 다갈래다. 중도적 이미지라는 점,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라는 점 등이 혼재돼 있다. 지난달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 여야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이 총출동한 것은 이런 특징을 방증한다. 또 지지율과 정치적 인지도가 너무 미미하다. 지지율이 1%도 채 나오지 않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야 어디든 연대를 하거나 단일화를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김 후보에겐 우선 이재명 후보와 연대·단일화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두 후보의 경제관에 간극이 크다. 배제할 수는 없지만 쉽지 않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도'라는 교집합으로 안 후보와 연대 혹은 힘을 합치는 것이다.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서로 연대하거나 힘을 합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안 후보와 힘을 합친 뒤 국민의힘과 연대·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 후보는 기존 정치권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이며 "정치판 교체, 정치세력 교체"를 외치고 있다. 본인의 도전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완주 자체로만 의미가 남더라도 생각을 고수할지 모른다.지금까지 전망은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다. 아직 대선이 100일 이상 남아 있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종종 정치판은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