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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권을 향해 마지막 쓴소리를 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사업과 경제를 떠받치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상당히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7년5개월 전 임기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도 우리 사회가 기업과 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의 기술혁신 경쟁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기업들과 생존경쟁을 하기도 벅찬데 국내에서 온갖 법률과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으니 한탄이 터져나올 만도 하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청회·토론회에 기업 대표로 참여해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온 경제단체 회장 입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말이 터져나오는 현실은 참담하다.

21대 국회 들어 기업규제 법안을 대거 통과시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기업이 없으면 노동도 없다"며 '가진 자는 악(惡), 기업은 악'이라는 인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예산이 다 어디서 나오냐"고 반문한 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위대함과 자랑스러움을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면 그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의견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지 않는 정치권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민주당이 국회 내 절대다수 의석을 믿고 지금처럼 기업 관련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결국에는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법률안들이다. 박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규제 3법에 대해 "하위 시행규칙 등에서라도 부작용을 막을 대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기업규제 법률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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