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관람객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스 내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해군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3만t급 경항공모함 사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이 마지막까지 대치했을 정도로 논란이 컸던 사안이었지만, 지금은 거론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기존 계획대로라면 오는 하반기에 기본설계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정권교체로 국방 분야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경항모 사업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첫 단추 잘못 끼웠던 경항모 사업경항모 운용 주체인 해군은 정치적 환경 변화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경항모 보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새 집권여당이 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달 3일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 선언을 하면서 “경항모가 더 필요한 것인지 고성능 전투기가 더 중요한 것인지, 함께 모여서 인수위에서 논의하면 대한민국을 위해 훨씬 더 좋은 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경항모보다 전투기 도입이 우선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2조원을 투입해 2030년대 중반까지 3만t급 경항모를 만드는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공개한 경항공모함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해군은 경항모의 밑그림 격인 개념설계를 진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 조사와 국방부 연구용역에서 각각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경항모 확보 필요’ 등의 결론을 받았다.하지만 지난해 이뤄진 2022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같은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경항모 도입이 비효율적이라는 반론에 부딪혀 5억원만 남기고 예산이 삭감됐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여야는 갈등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항모 사업예산을 원안(72억원)에 가깝게 반영하려 했으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결국 같은해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선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서 여당은 경항모 예산 등이 포함된 607조7000억원의 수정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같은 결과는 청와대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을 낳았다.경항모 사업이 ‘VIP 어젠다’로 분류되면서 현 정부 임기에선 빠르게 추진됐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2021년 6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관람객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스 내 경항모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지난해 예산심사에서 정부 원안보다 다소 삭감돼도 여야가 경항모 사업비를 합의 처리했다면, 다음달 출범할 차기 정부에서 경항모 사업이 순조롭게 지속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군 관계자는 “합의 처리라는 것은 여야가 경항모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심사에서 여당 단독 처리가 됐다. 차기 정부 출범 직후 국민의힘이 경항모 사업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尹정부, 무기도입보다 조직개편 집중 가능성차기 정부가 취할 국방정책의 큰 그림도 경항모 사업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차기 정부의 국방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 2위의 군사력을 지녔다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한 것은 핵무기 등 무력과시에 필요한 외형에만 신경쓰고, 야전군의 전투력 강화를 비롯한 내실을 다지는 것은 소홀히 했던 결과였다.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략무기도 없었고 군대 규모도 작았지만, 초급장교들의 뛰어난 지도력과 장병들의 전투력에 힘입어 러시아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2021년 6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현대중공업 부스에 경항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 무기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는 대규모 군대가 아닌, 실제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지닌 내실있는 군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이같은 논리를 한국 해군에 적용하면, 경항모 등의 무기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전력을 100%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승조원을 더 충원하고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재고를 늘리며, 행사지원 등 함정의 항만 정박 기간을 조정해 정비 여건을 충분히 보장, ‘언제든 싸울 수 있는,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해군은 국회 국방위를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양성한 해군 잠수함 승조원 124명 중 67명이 이탈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탈한 잠수함 승조원은 407명에 달한다.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는 구축함(광개토대왕급, 충무공이순신급)의 함대공미사일 표적 유도장비인 유도탄조사기 성능저하 문제가 지적됐다.조사기 운용을 위한 예열시간은 기준 대비 광개토대왕급은 최대 5배, 충무공이순신급은 12배 이상 소요됐다. 예열시간이 길면 유사시 함정의 미사일 발사가 불가능할 수 있다.제작사가 수리부속을 단종하고 2018년 외주정비를 중단하면서 단종 부품이 증가하고 수리기간도 최대 300일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해군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최영함이 훈련을 위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군대를 군대답게’는 해군을 포함해 육군과 공군에도 적용될 차기 정부의 어젠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조직도 기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군도 무기도입보다는 인력 및 조직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 소식통은 “윤 당선인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며 “그것을 보편 타당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검찰은 검찰답게, 군대는 군대답게’ 식이다. 청와대 조직을 줄이려는 윤 당선인의 스타일을 보면, 집권 초기 이후 군 조직구조나 인력 분야에서 강한 개선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국방부에 2차관을 신설해 방위력개선과 전력운영을 맡기고, 방위사업청은 과거 국방조달본부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능을 각 군에 분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정부 소식통은 “방사청이 출범했던 참여정부 당시에는 외국서 무기를 사오는 외자조달이 많았고, 방사청의 역할이 많이 필요했던 시기”라면서 “지금은 굵직한 외자조달 사업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라고 말했다.인사 분야에선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군 수뇌부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장군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신규 무기도입은 윤 당선인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노후 전투기 교체 차원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추가 구매 외에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가 호위함과 잠수함 탐지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F-35A를 추가 도입할 공군은 반대급부로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기 등에 의한 전투력 증대를 감안, 적정 전투기 보유량 재산정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산정이 이뤄지면, 적정 전투기 보유 규모는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문재인정부의 핵심 전력증강사업이었던 경항모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다음달 출범할 차기 정부의 몫이 됐다.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전투준비태세나 훈련 강화 등을 통한 내실 다지기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 신규 무기도입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인지는 미지수다.경항모를 포함한 대형 무기도입사업의 향방은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가 발표할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서 그 윤곽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클래식 생각에 육체를 쥐고 망할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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