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06 20:12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은행권에 부는 '임금피크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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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 논란이 뜨겁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도가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은행들과 노조에서는 이번 판결을 유의 깊게 주시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유서깊은 금융권의 임금피크제 역사임금피크제란 일정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비용을 낮출 수 있고, 노동자도 월급이 줄지만 그만큼 더 오래 일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와중에도, 명예퇴직 압박을 받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일할 수 있고요.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인 거죠.국내에 임금피크제가 처음 도입된 때는 2003년 5월입니다. 금융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2016년에 도입했으니 금융권에서의 임금피크제 역사가 오래된 셈이죠. 이때만 해도 임금피크제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3년 후 신보는 자체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찬성한다는 대답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은 10% 남짓이었고요.임금피크제는 찬성여론에 힘입어 은행권에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막 벗어나기 시작한 은행들이 상시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 중이었기 때문이죠. 사측은 고용을 유연화할 수 있었고, 노조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2004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당시 행원 70%가 임금피크제를 선호한다고 대답했고요.현재 은행에서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나이는 만 56세입니다. 근로자는 희망퇴직을 할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을지 선택하는 거고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정년인 60세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주요업무가 아닌 ‘후선업무’를 보게 됩니다. 창구업무나 영업, 은행핵심 직무가 아닌 사무보조로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금융권서 임금피크제 소송 이어질까그런데 이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나이를 넘었다고 해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업무가 쉬워지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가 들었다고’ 임금을 낮추는 식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거죠.문제는 은행권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겁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뒤 소속직원들의 직책이나 직급은 변경하고 명목상의 업무만 다르게 해놨을 뿐, 실제로 하는 일은 그대로라는 거죠. 은행 노조들도 일부 지점에서는 합의와 달리 계속해서 똑같은 업무를 시키고 있어 임금피크제 계약조건을 위반했다고 반발해왔습니다.여러 다른 이유로 소송도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산업은행 시니어노조에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직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적용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IBK기업은행 시니어노조에서 “이전 근무에 대한 성과급을 달라”며 1억3700만원대 소송을 냈고요.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KB국민은행 노조가 법률 검토에 돌입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노조는 직원들과의 간담회도 가졌습니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차원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말 39개 각 지부에 메일을 보내고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현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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