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15 12:18
"금융위기 과도한 교훈…美정부·연준 인플레 못막아" WSJ(종합)
 글쓴이 : 은지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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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10년 이상 지속된 저물가·고실업 고통 떠올리며펜데믹 초기 치솟은 실업 낮추려 과도한 경기진작인플레 유발 우려에도 연준 양적완화 지속 강행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2021.03.17.[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로 미국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인플레 대처를 잘못했음을 시인한 것을 계기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 당국의 실수는 경제를 잘못 해석한데 따른 것이다.조 바이든 대통령 보좌관들과 연준 당국자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관련해 자금을 긴축하면 저소비, 저성장, 장기간의 고실업과 너무 낮은 물가 등 2007~2009년의 금융 위기가 재연될 것을 걱정했다.이에 따라 이들은 과거의 교본에 따라 새로운 위기에 대응했다. 연준은 저금리정책을 펴면서 성급히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연준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고 생각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정부 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팬데믹 경제는 과거 경제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과거 금융위기는 기업과 소비자의 수요를 위축시켰지만 팬데믹은 공급망에 혼란을 일으켜 원자재, 컨테이너선, 노동자, 컴퓨터칩 등의 공급 부족이 지속됐다. 정책 담당자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상승했지만 과거 방식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해졌고 물가가 급등해 지난달 40년만에 최고치인 8.6% 상승하기에 이르렀다.2007~2009년 위기 직후 소비자, 기업, 정부의 소비는 위기 전보다 몇 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1/4 분기 소비는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폭이 연률환산 1조달러(약 1291조원)에 달하는 5%나 증가했다. 정부의 경기진작 자금이 주원인이었다. 민간 경제학자들과 의회의 중립적 정책 담당자들도 고물가 지속 가능성을 간과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 변이가 이어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이어가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고물가는 미국의 정책 오류만이 원인이 아니다. 연말 물가상승률 기준 독일은 7.2%, 영국 8.8%, 캐나다 6.1%인데 비해 미국은 6.8%에 달할 것으로 JP 모건이 예측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백악과 당국자들은 경기진작으로 수십년 동안 높은 수준이던 실업률을 4%로 아래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반박한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경제가 전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 역사적으로 강력한 균형된 노동시장이 복원됨으로써 사람의 고통을 기록적으로 낮췄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들은 뒤늦게 인플레가 조기에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바로잡느라 허둥지둥하고 있다. 1년전 연준 당국자들은 인플레가 올연말 기준 2.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2배 이상이 될 것이며 2025년이 돼야 2% 목표치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금리를 0.75% 인상했고 이번주에도 다시 0.75% 인상할 예정이다. 이같은 금리 인상속도는 수십년래 처음이다. 당국자들은 "연착륙"을 희망하지만 너무 늦게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면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워싱턴의 정책입안가들조차 대처가 늦었음을 시인하고 있다. 물가상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면서 지지율도 폭락했다. 오는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팬데믹 초기 실업률은 14.7%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3조달러(약 3872조원)의 연방지출을 실시했다. 연준은 금융위기에 따라 단기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췄다. 팬데믹은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 유통에 지속적으로 혼란을 일으켰고 공급부족을 촉발해 물가를 자극했다. 이는 경기진작이 없었더라도 벌어질 일이었다. 공급은 살아나지 않는데 수요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2020년 12월 실업률이 6.7%로 하락했다. 2007~2009년 위기 뒤 실업률이 이 수준으로 떨어지는데는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정책 결정자들은 방향전환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020년 5월 3조달러의 경기진작 예산을 승인했다. 연준 당국자들과 대통령 경제자문들은 대부분 2007~2009년 경제위기 때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0년 경제회복이 늦어진 것을 경험한 끝에 코로나로 경제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치보다 10년 이상 낮게 지속됐다. 이 때문에 이들은 더 과감하게 행동에 나섰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도 경기진작 정책을 자극했다. 오바마 시절 예산 긴축을 공화당에 반감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이 적자를 늘리고 세금을 깍았으며 트럼프 정부는 군사지출을 늘렸다. 민주당은 적자로 지탱하는 경기진작을 통해 과도한 사회보장을 영구화하려 시도했다. 물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정부가 무한대로 빚을 늘려도 된다는 "화폐금융론"이 유행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 1조9000억달러의 경기진작 자금 지출이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고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시절 재무장관으로 근무한 그의 주장에 백악관 당국자들이 분개했다. 로런스 교수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옐런 재무장관이지만 대통령에게 경기 진작 예산 규모가 적은 것보다는 큰 것이 낫다고 자문했다. 연준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응했다. 당국자들은 2020년 8월 공개한 정책 보고서에서 물가상승 목표치를 2% 조금 넘는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2007~2009년 당시의 정책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연준은 또 경제가 물가상승이 촉발되지 않는 한 "최대 고용" 수준에 달할 때까지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같은 방식은 과거 벤 버냉키와 옐런이 연준 의장이던 시절 만든 대책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최대고용수준을 판단하는 건 평시는 물론 팬데믹 시기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달 들어 물가가 치솟자 Fed 당국자들은 실업률이 여전히 5.9%에 달한다며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물가상승 없이도 3.5%까지 낮아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 억제에 집중하기보다 실업률 낮추기에 더 매달렸다. 연준은 지난해 11월까지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지속했다. 이는 금리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양적 완화 중단에 신중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매우 점진적으로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했다. 서머스 교수는 팬데믹 전까지 저소비와 저물가를 우려했지만 2021년 3월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진작 정책을 발표했을 때 수요와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소수파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에 동의하면서 인플레가 과도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7월 민간 전문가 대상 조사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물가가 2.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는 4.8%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제임스 벌라드는 "우리는 20년 이상 지속된 자료에 따른 경제모델을 사용했다. 당시는 물가상승이 2%에 육박했다. 대규모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이 모델을 사용했다. 맞는 모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로 실수를 저질렀고 앞다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오는 2024년말까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유지하겠다던 호주 준비은행도 금리를 올렸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달 한 모임에서 "어떤 면에서 역사가 Fed와 금융정책을 오도했다. 금융정책 담당자들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의 긴축 실패에서 과도한 교훈을 얻은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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