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17 07:37
고유가에 `안전운임제` 합의했지만…정부·여당은 무엇을 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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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총파업 8일 만에 에서 합의를 이뤘다. 리터당 1100원~1300원이던 기름값이 2000원을 돌파하면서 화물노동자는 거리로 나갔고, 정부는 이들이 요구한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데 합의하며 사실상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합의의 가장 주된 내용인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당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 사항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현상이 빚어지자 현 정부·여당도 반대할 명분이 당장 사라졌고, 연장을 검토하는 상황이다.하지만 안전운임제는 원유가격 연동제와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2013년부터 시행된 원유가격 연동제는 원래 낙농업체-우유 업체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됐던 원유 가격을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구조로 바꿨다. 이 역시 낙농업체-우유 업체 간 합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해 우유 납품 중단, 단식 농성 등 갈등이 초래되자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시장 및 수요 공급 상황보다는 원유생산비에 근거에 원유 가격이 결정됐고, 이후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원유생산량이 늘어나고 가격도 계속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비춰보면 안전운임제도 또한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정치논리에 입각해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시장 중심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컨셉과는 거리가 멀다.특히 화물연대는 극적인 합의에도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인 정부·여당보다는 사실상 야권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몰제 폐지'라는 요구사항을 계속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국민의힘이 안전운임제 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 사실상 국민의힘의 조속한 원 구성 협상을 촉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여당이 강성 노조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도 관계 개선에는 실패한 셈이다.이렇게 보면 여권은 이번 합의를 통해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수면위로 떠오른 가장 긴박한 문제만 임시로 수면 아래에 잠기도록 눌러뒀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처럼 정치논리가 시장을 항상 앞서기만 한다면, 어쩌면 곧 다가올 운수 노동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과적·과속을 막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위한 법제화 추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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